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컴플리트 언노운: 밥 딜런의 변신을 그린 음악적 순례

by 달리아엘리 2025. 3. 15.

a complete unknown
a complete unknown

 

 

 

 

1. 전설의 탄생을 향한 여정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컴플리트 언노운'은 20세기 음악의 거장 밥 딜런(본명 로버트 앨런 짐머맨)의 초기 삶과 뉴욕 포크 음악 씬에 등장하던 시절을 담아낸 뛰어난 음악 전기영화였습니다. 영화 제목은 딜런의 명곡 'Like a Rolling Stone'의 가사 "How does it feel, to be on your own, with no direction home, like a complete unknown"에서 따온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재창조해온 딜런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젊은 밥 딜런은 미네소타의 작은 마을 히빙에서 뉴욕으로 건너와 그리니치 빌리지의 포크 음악 씬에 발을 들이는 1961년부터,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전기 기타를 들고 나와 팬들의 격렬한 반발을 산 역사적인 순간까지의 여정을 그렸습니다. 이 짧은 기간은 딜런이 단순한 포크 가수에서 시대의 목소리로, 다시 모든 관습을 거부하는 혁신가로 변모해 가는 격동의 시간이었습니다.

 

 

 

 

2. 정체성의 미로를 헤매는 예술가

 

영화는 딜런이 어떻게 자신을 끊임없이 재창조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로버트 짐머맨이라는 평범한 유대계 미국인 소년이 어떻게 자신의 배경을 재구성하고, 우디 거스리의 스타일을 모방하며, 마침내 독창적인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했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줬습니다. 

샬라메는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과거를 지우려 하고, 새로운 페르소나를 창조하는 딜런의 모습을 놀라운 디테일로 표현해 냈습니다. 특히 그가 자신을 고아라고 주장하거나 서커스단에서 일했다는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장면들은, 예술가로서 딜런의 신화 창조 과정을 드러냈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해요. 하지만 난 매일 다른 사람이 되죠."라는 영화 속 딜런의 대사는 그의 본질을 완벽하게 포착했습니다. 이러한 정체성의 유동성이 그의 창의성의 원천이었으며, 동시에 그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과의 갈등을 야기한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3. 시대의 초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단순히 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넘어 1960년대 초중반 미국 사회의 격변기를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시민권 운동, 베트남 전쟁의 그림자, 케네디 암살로 인한 충격 등 시대의 큰 흐름 속에서 딜런의 음악이 어떻게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또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줬습니다.

영화는 딜런과 조안 바에즈(엘리 파밍 분)의 관계를 통해 젊은 딜런의 정치적 각성과 그로부터의 이탈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당시 포크 음악 공동체가 지니고 있던 정치적, 사회적 이상과 딜런 자신의 예술적 충동 사이의 갈등을 탐구했습니다. "프로테스트 싱어"라는 꼬리표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예술적 비전을 추구했던 딜런의 고뇌가 영화 전반에 잘 드러났습니다.

 

 

 

 

4. 음악으로 말하는 영화

 

음악 전기영화로서 '컴플리트 언노운'의 가장 큰 성취는 딜런의 음악적 발전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 점이었습니다. 샬라메는 실제로 노래와 기타 연주를 소화해 내며 딜런의 독특한 발성과 무대 매너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재현했습니다. 'Blowin' in the Wind', 'The Times They Are A-Changin'', 'Mr. Tambourine Man' 등 딜런의 초기 명곡들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음악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장면은 놀라운 긴장감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딜런이 전기 기타를 들고 나와 'Like a Rolling Stone'을 연주하며 관중들의 야유와 분노를 마주하는 장면은, 단순한 음악적 변화를 넘어 예술가의 진정성과 대중의 기대 사이의 근본적인 충돌을 보여줬습니다.

 

 

 

 

5. 시네마토그래피와 연출

 

맨골드 감독은 1960년대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16mm 필름 느낌의 촬영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D.A. 페니베이커의 다큐멘터리 'Don't Look Back'에서 영감을 받은 흑백 장면들과 더 선명한 컬러로 처리된 장면들의 대비는 딜런의 다양한 페르소나와 시대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카메라는 종종 관찰자적 시점에서 딜런을 따라다니며,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친밀감과 즉흥성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핵심적인 순간들—딜런이 처음으로 '프로테스트 송'을 작곡하는 장면이나 비틀스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좀 더 양식화된 접근법을 사용해 그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6. 앙상블 캐스팅의 힘

 

샬라메의 놀라운 딜런 연기 외에도, 이 영화는 풍부한 조연 배우들의 앙상블로 빛났습니다. 엘리 파닝은 딜런의 연인이자 멘토였던 조안 바에즈의 카리스마와 열정을 완벽하게 포착해 냈고, 에드워드 노턴은 딜런의 음악적 영웅 우디 거스리 역할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에드 해리스가 연기한 앨버트 그로스만(딜런의 매니저)과 모니카 바바로가 연기한 수지 로톨로 (딜런의 초기 연인)였습니다. 이들 캐릭터는 딜런의 성공 뒤에 숨겨진 인간적 비용을 보여주며, 영화에 감정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7. 예술가의 초상을 넘어서

 

'컴플리트 언노운'은 음악 전기영화의 클리셰를 피하고 예술가로서의 딜런의 복잡성과 모순을 솔직하게 드러냈습니다. 영화는 딜런을 단순히 찬양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의 천재성과 함께 자기중심적이고 냉담한 면모도 동등하게 보여줬습니다.

특히 수지로톨로 나 조안 바에즈 같은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딜런의 냉담함과 자기 중심성은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지만, 이는 예술가의 복잡한 심리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감독의 의도적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영화는 "위대한 예술이 반드시 위대한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불편한 진실을 암시했습니다.

 

 

 

 

8. 개인적인 감상: 신화를 넘어선 인간에 대한 초상

 

 

'컴플리트 언노운'을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밥 딜런이라는 신화 뒤에 숨겨진 인간 로버트 짐머맨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음악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이끌고 수백만 명에게 영감을 주었던 그가, 동시에 자신과 가까운 이들에게는 냉담하고 때로는 잔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예술가의 양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딜런이 전기 음악으로 전환하며 자신을 지지했던 포크 음악 공동체와 결별하는 장면은 예술적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그가 "진정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을 따르는 용기"라고 말하는 장면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예술가로서 대중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것과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 사이의 갈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딜런을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의 천재성과 용기는 존경스러웠지만, 타인을 대하는 방식은 종종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무렵, 나는 그런 이분법적 판단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특히 예술가는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용기와 비겁함의 경계를 오가는 복잡한 존재이며, 그 모순 속에서 위대한 예술이 탄생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단순한 음악 영화를 넘어, 예술과 정체성, 진정성과 변화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뛰어난 연기와 제임스 맨골드의 섬세한 연출이 만나 탄생한 이 영화는, 밥 딜런이라는 "완전한 미지의 존재"를 이해하려는 시도이자, 우리 모두가 가진 다양한 얼굴들에 대한 성찰이기도 했습니다. 영화관을 나서며, 나는 내 안에도 얼마나 많은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a complete unknown
a complete unknown